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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수리씨

사람은 사람으로 극복해야지.


에어비앤비 호스팅 이래 최악의 날이었다.

원래 10번의 게스트중 한번은 진상이라는 말이 호스트들 사이에 있었는데

나는 18번이 넘어가도록 너무 좋은 사람들만 만나서 참 다행이다 싶었는데,

전혀 예상도 못한 일이라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영국에서 온 포토그래서 ㅅㄹ는 처음 만나 내 집을 좋아해 주고, 나의 웰컴메세지에 감동까지 했었는데

그 첫날 밤 나는 애인의 집에서 잠을 잤고,

그 새벽에 ㅅㄹ는 나에게 옆집이 너무 시끄러워서 무섭고 잠을 못자겠다고 카톡을 보냈었다.

나는 물론 그걸 아침에 일어나서야 확인했는데

너무 미안하고 놀랐을까봐 걱정되서 바로 답장을 보냈는데 대답이 없었다.

자나보다 또는 바쁜가보다 하고 퇴근하고 집에 갔는데도 영 들어오질 않는다.

편지를 써놓고 먼저 잠이 들었는데 밤에 집에 들어온 기색이 없어서 살그머니 게스트방 문을 열어보니

대박사건, 짐을 다 뺐다.


이해한다.

시끄러웠을 수 있고 무서웠을 수 있다. 일단은 상황파악이 필요해서 너가 그래서 나간게 맞냐?

걱정되니까 연락을 달라.

해도 감감무소식.

결국 나는 이틀을 내내 게스트가 나간다 어쩐다는 얘기 한번 못듣고 기다렸다.


뭐 그 이후에 일도 말하자면 길다.

나한테 카톡을 보냈는데 안갔다느니 에어비앤비에서는 사라의 연락을 받아놓고도 나에게 얘기해 주지 않았다느니.

믿었던 에어비앤비는 (난 정말 좋은사람들이 함께하는 공유경제의 플랫폼이라 칭송했었는데!!)

결국 자기 손해는 1도 안보려하는 그냥 회사였고.

아무튼 마음이 참 많이 상했었다.


속상하고.

갑갑하고.

무엇보다 빡치고.


그런중에 싱가폴에서 왔던 ㄷㄷ가 보낸 소포가 도착했다.

예쁜 선물이 가득.

내가 부탁했던 그녀의 사진도 함께.

애정의 편지도 함께.


귀신처럼

사람에게 마음이 데인날은 사람이 위로해 준다.

딱딱해졌던 마음이 말랑말랑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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