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할 권리

전라남도 여수 (2010.02.21)



 
늦잠을 잔 덕에 택시를 타고 부랴부랴 역에 도착했다.
7시 32분이었던 기차는 사실은 알고보니 7시 23분이었지만,
전 역에서 연착된 덕에 무사히 탑승.
조금 늦는 것이 항상 나쁜것만은 아니다.


남쪽 동네는 벌써 푸릇푸릇한 기운이 가득><



순천역을 지나자 기차안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고즈넉한 기차안. 다정히 앉아 창밖을 내다보는 할머니 할아버지.








5시간이 넘게 달려 도착한 여수역.
낯선동네의 낯선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여행을 시작한다.



오동도로 가는 배를 타기위해 갔던 여객선터미널.
오동도가는 배는 돌산대교를 건너야 탈 수 있다며 걱정이 되시는지
몇번이나 길을 일러주시던 고마운 할아버지.



돌산대교 가는 길.
골목이 끝나는 곳에는 어김없이 바다가 있고.


바다를 향해 쪼로롬 서있는 집들.



하늘이라는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시던 할머니.
자꾸 안 쫓아오고 두리번대는 하늘이에게
"넌 촌년처럼 여기저기 참견을 하고그르냐"
퉁을 주면서도 내 이쁜이, 얘 땜에 산다며 하늘이를 소개하던
사람좋은 웃음 :)



돌산대교 위에서.
여수는 한 도시 전체가 바다를 끌어안고 있는 것 같았다.
붕붕~~ 출발하는 고깃배...인지 유람선..인지;



나무틈새로 비밀처럼 묶여있던 고깃배.

원래의 계획은 배를 타고 오동도로 들어가는 거였는데,
오동도에서 내릴 손님들이 없어서 한바퀴 돌아오는 유람선만 운행하고 있었다.
못 내려주어 미안하다며 좋은 여행되라는 사람좋은 아저씨.
그래도 여기까지 온김에 배라도 타보고 싶어 유람선에 올랐다.



유람선에도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날씨가 추웠음에도 많은 분들이 밖으로 나와 계셨다.
사실, 그 목적의 절반은 갈매기를 향한 무한 기다림ㅎ


그리고, 새우깡 따위에 목숨걸지 않겠다며
멀리 하늘을 날던 콧대높은 녀석.

동그란 언덕위에, 바다를 에워싸는 땅위에 지어진 집들.
물론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끔은 자질구레하기도, 가끔은 구질기도 하겠지.
세상의 모든 삶이 그런것처럼.
그래도 바다를 옆에두고 사는 기분은 썩 근사할것 같았어.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바다였는데,
가끔 바다에서 태어난 내 친구들이 왜 서울애들은 그렇게 바다에 목숨을 거는 거냐며.
의아해 하던게 생각난다.
그래, 태어날때부터 입안의 혀처럼 바다와 가까웠다면 의아할수도 있겠지ㅎ



내가 지나온 뒷 모습을 본다.



결국 오동도는 택시를 타고.
오동도 입구길에 서있던 동백나무들.
활짝 핀 계절에 오면 참 좋겠다 싶었다.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길에 선정되었다는 오동도 가는길.



자그마한 오동도. 평화로웠던 산책길.
그리고 그 끝에 발견한...... 아무도 없던 바닷가 바위.


사실은 슬픈 너를 데려오고 싶었던 여행.
아무도 없는 이 바다에 너를 데려와 아무말도 없이 그냥 앉아서
내 마음이 너를 위로하고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어.
가끔은 누군가 나를 위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풀리곤 하니까.

'나는 문제없어'를 불렀다. 그건 요즈음 너무 힘들었던
나를 위한 노래이기도 했고 니가 옆에 있었다면
'너는 문제없어' 이기도 했을거다.

 

 

하루가 너무 짧았던 여수여행.
다음번에는 밤기차라도 타고 와서 해 뜨는 것도 보고,
누구라도 함께와서 맛있는 간장게장도 배터지게 먹어야지 했다.

Adio 여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