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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권리

2017 따오. 회사 관두고 꼬따오 놀러간 이야기.



(역시 태국여행의 시작은 카오산과 함께)


퇴사를 맞이하여 길리를 갈까 따오를 갈까 피피를 갈까 백번 고민하다가,

출발 이틀전이 되었고..... 그나마 싼 표는 따오 밖에 없었다는 슬픈 이야기.



남편은 꼬따오가 히피새끼들의 주거지라고 싫어할 것 같은데, 꼬따오는 참 좋았다.

​(8시간 타야하는 버스)


(한시간 정도 타야하는 배를 타러 가는길. 촘폰 선착장)


​(롬프라야 버스가 들르는 휴게소. 핡 국수 맛있다.)



6시간의 비행, 8시간의 버스와 한시간의 배. 

그리고 더운날씨와 무한기다림. 

으아 난 이제 여행을 즐기기에는 너무 늙었나봐 자괴감을 느끼며 도착한 꼬따오는 그럼에도. 

여행을 사랑하고 즉흥이 주는 행운들을 즐기는 나의 예전모습을 다시 찾게 해주었다. 

라고 하니 겁나 거창하지만ㅋㅋㅋㅋ



​(싸이리 빌리지. 아시아다이버스와 맛난 오리국수 집이 있음)


근자의 여행은 대부분이 남편과 함께 또는 ㅇㄹ과 함께 또는 다이빙투어여서 

아 내가 여행을 이렇게 다녔었지를 잊고 살았다.


​(요가수업 합니다!! 라는 광고를 보고 찾아간 요가. 은혜로웠음)


은혜로웠던 첫날의 요가수업과 나이스했던 다이빙버디들과. 영혼의 태국국수들과.


가장 좋았던건 둘째날 혼자 갔던 싸이느엉 비치였다. 

팡안의 엄청난 경사에서도 스쿠터를 탔었는데 

따오의 비포장길들+언덕콤보를 보고는 이러다가 아무도 모르는데서 비명횡사하겠구나 싶어서 

럭셔리하게 혼자 보트를 빌려 비치로 갔다.


자리를 깔고 누우니 때마침 비가온다. 

바닥에서는 비맞은 개미들이 놀라 내 살을 뜯기 시작했지만 해변에 누워 비를 맞는 마음이 참 좋았다. 

어느새 옆에 자리를 잡은 독일남자애랑 수다를 떨다가, 너 이제 뭐할거니? 라는 질문에 

(휴 난 남편이 있어서 말야) 요가하고 숙소갈거야. 라고 말하고.

결혼을 하니 혼자 여행의 재미가 한참 줄어든다......... 


​(자그마하고 한적했던 싸이느엉 비치)

​(비밀스러움 까지 느껴지는 해변)

(비온후 누워 보는 하늘이란.)


매핫을 향해 걸어가는데 와 해변의 방갈로는 어찌나 좋은지 

이 해먹에 누워 한달만 딱 허송세월하고싶다. 

그리고 이어지는 산길. 

산길은 그늘이라 내 쪼리 신은 발만 아니면 참 좋았는데. 비밀의 왕국 같았는데. 

(싸이느엉에서 매핫으로 가는길. 이때까진 좋았지...)


큰길가로 나오자 엄청난 언덕에 뙤약볕이 이건 흡사 

제주도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거대한 언덕을 넘었는데 앞에 또 내리막길 오르막길을 발견한 기분. 

거길 땀을 뻘뻘 흘리며 걷고 있자니 나를 불쌍히 여긴 근처 리조트 직원들이 타란다. 

살았다 ㅎ 

지옥같은 언덕을 넘어 내려줘서 땡큐 복받을 거야를 연발하며 매핫타운을 향해 걸어가려는데 

또 다른 차가 매핫가냐며 타란다. 

아 이 혼자여행의 행운이란. 

미얀마에서 왔다는 드리이버 동생과 담소를 나누며 매핫까지 가는데 웃음이 실실나왔다. 

오랜만에 찾은 여행이 너무나 기뻐서. 

(차를 얻어타고 가는길. 이맛에 여행했었지!!)


다이빙식구들이 있다는 싸이리코티지로 가는길. 

석양은 아름답고. 아직은 더 놀아도 되겠다. 

이런 행운들에 둔감해지고 덥고 지쳐 짜증만 내는 할마씨가 되기전에 더더더더 놀아야지 다짐하며.


오픈워터교육생들과 밥먹으며 수다를 떨고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과도 난 잘하니까. 

새회사에 가서도 나는 잘할수있다고 용기도 얻고.


(매핫타운의 쥬스집. 동남아의 과일쥬스는 언제나 정답.)

​(싸이리비치. 여기도 수건한장깔고 드러누워 책읽기 딱좋다.)


다이빙은 총 4회만..... 했다......

스아실 다이빙만이 목적이었다면 필리핀으로 갔을거고.

오랜만에 다이빙 하려니 몸이 힘들기도 했고,

혼자 딩가딩가 놀고 싶기도 했고.

다이빙은 아시아다이버스. 를 통해 했는데 예약하려면 스쿠바정션에 예약을 하는중에

인터넷이 안되어서; 때마침 선착장에 나와있던 아시아다이버스 차를 타고 싸이리로 오게되어

아시아다이버스에서 다이빙을 했다는.....


교육다이빙과 펀다이빙은 나눠서 진행하는 것 같았고.

버디도 함께 다이빙했던 친구들도 참 좋았다.

네번의 다이빙중에 세번을 촘폰에서 했는데

양탄자같이 깔린 말미잘군락이 아름다웠다. 

따오의 수중환경이 맛이 갈대로 갔다는 얘길 많이 들었는데

그저 물속에 있는게 좋은 나로서는 뭐 아름답기만 하던데!

심지어 고오래 상어도 봤다. (웰샥웰샥!!)

몰디브에서는 장비를 입기도 전에 고래상어 출몰해서 그냥 수면에서 바라만 보았는데

이번에는 다이빙중에!!!!

​(아름다운 자태. 도망도 안가더라)

(고래상어 봤어요!!!)


사실 따오는 다이빙섬이고, 여기있는 강사들은 다이빙도 지겹게 할거고

고래상어를 처음보는 것도 아닐텐데

고래상어를 보고 돌아오는길 서로 웨일샥봤어? 나 봤다~ 

진짜? 아이고 부러워.

한국인이고 외국인이고 이런대화를 나누는데 다이빙을 향한 그 순수한 사랑들에 슬몃 웃음이 났다.


(돌아가는길.)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하기전에는 꼭 길~게 여행을 가야지.

바라고 바래 왔는데 이래저래 일정이 꼬이기도 했고.

남편없이 혼자 하는 여행이 오랜만에 너무 즐겁기도 했지만,

남편이 너무 보고싶어서 밤마다 눈물이 쏙 나는 바람에ㅎㅎㅎㅎ 

돌아가는 길도 아쉬움 반 안도감 반.


그래도 꼭 다시 오고싶다.

다음에 온다면 숨어있는 비치의 방갈로에서 몇일을 아무것도 안하고

또 몇일은 사우스웨스트를 포함 다이빙을 할거고

오리국수도 매일 먹을거고

이번에 못가본 쏨땀집도 가야지!



다시. 배를 한시간반타고, 한시간을 촘폰피어에서 대기하고,

일곱시간을 버스를 타고 도착한 카오산.

음. 다음에는 꼭 국내선을 타고 이동하는걸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