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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권리/2010.Spain

스페인 - Barcelona.세번째 이야기



바르셀로나에서두번째 숙소는 BackpackersBCN,Casanova.
첫날 묵었던 귀신이 나올듯한 현관을 가지고 있는 Alberg PALAU에는 자리가 없어 옮겨야만 했다.
미리 예약을 못하고 온 관계로 돈지랄을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던 차에
호스텔월드에 뜬 반가운 글씨 Vacancy ㅠ
그랑비아 거리의 메트로 Urgell 와 Universitat 사이에 있다.
어제 묵었던 호스텔에 비해 무엇보다 깨끗해서 좋았다.
까딸루냐 광장과 에스파냐 광장도 모두 가까워서 위치도 마음에 들었다.


호스텔에서 까딸루냐 광장으로 걸어가는 길.
길 한중간에 이렇게 넓은 인도와 벤치들이 있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부럽기도 했다.
바이크를 빌리면 이곳을 씽씽. 신이 날 것 같았다.
커다란 나무덕에 벤치마다 그늘이 비치면 벤치에 오도마니 앉아 멍때리기를 하기에도 참 좋다.

오늘은 스페인의 월드컵 결승 경기가 있는 날!!
호스텔 프론트에 "빅스크린 걸어놓고 사람들이 거리응원 하는데가 어디니?"
물어보자 "플라자 에스파냐에 가면 커다란 탑 사이에 빅스크린이 설치될거야. Have Fun!"
이라고 알려주어 플라자 까딸루냐(으잉... 사건의 전말)를 향해 열씸히 걸어간다.



빨간색 나시티와 빨간색 핫밴츠로 깔맞춤을 한
늘씬날씬한 언니들도 함께 걸어가는 길!!
거리는 온통 붉은 물결! 빨간색은 비단 대한민국만의 상징은 아니었던 듯.
이럴줄 알았으면 불켜지는 붉은악마 머리띠를 챙겨올걸 그랬어. 그럴걸 그랬어를 되뇌이며
씐나게!!


가는길엔 이렇듯 노란꽃이 흐드러지게 핀 Universitat역 앞 광장도 지나고...

으잉?
그런데 도착한 플라자 까딸루냐엔 아무것도...... 없었다.ㅠ
요기를 보고 조기를 봐도 오는길에 본 빨간물결은 온데간데 없고
커다란 탑 두개도 없고.
"뭐야 스페인의 응원열기는 고작 이런거였어? 시청앞 광장과 같은 초특급 응원은 우리만 하는거야?"
아쉽기도 하고 화가나기도 하면서
바르셀로네타 비치로 발을 돌렸다.

공교롭게도 바르셀로네타 비치 초입에는 Holland House라는 네덜란드 음식점이 있었고,
당연스럽게도 커다란 스크린 앞에 스페인에 여행온 홀란드 사람이란 홀란드 사람은 다 모여서
주황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그 옆에는 스페인 음식점이 커다란 LG티브이를 켜놨고 질세라 스페인사람 외 홀란드사람 아닌사람들 운집.
나로서는 막상 경기보다 겨우 3미터를 두고 떨어져 있는 그네들의
미묘한 신경전을 보는 것이 매우 감동적인 일!(ㅋ)
어쩜 그리 희비가 명확하게 가려지는지.

홀란드사람이 스페인식당앞에 걸려있는 미니 국기를 돌돌 묶어 놓자
거기에 있는 사람 떼로 항의하는 초딩같은 싸움은 물론!
한쪽에서 "에스빠냐!" 를 외치면 질세라 "홀란드!"를 연호하는 중딩같은 싸움까지.
(사람사는 거 뭐 어디나 똑같지 ㅋ 내 일상이 구질어 보일때 여행을 떠나고,
그 보편적인 사실을 발견하고는 안도하는 것이 여행의 진리!!)

결국 지리지리한 0:0 승부를 연장전 스페인의 결승골로 끝내며 거리는 축제의 분위기가 된다.
그리고 이어 바닷가 물속으로 첨벙첨벙 뛰어드는 기쁨에 겨운 젊은이들!
비치에 허물벗어 논 반바지들이 어찌나 많던지
그 원초적인 기쁨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났다.

광장 거리 응원전은 없었지만 묘하게 즐거웠던 월드컵 결승전.
- 알고보니 플라자 까딸루냐가 아니라 플라자 에스파냐에서 펼쳐졌던 응원전.
제대로 듣고도 머릿속에 제멋대로 각색하여 그 일생일대의 이벤트를 놓치고 말았다.
으이구 이눔아!

다음 날,
그라나다로 떠나기 위해 온 산츠역

여기저기 웃음소리와 수다소리가 떠나지 않는
저녁무렵 스페인의 공원.



그리고 산츠역 옆에......
한시간 남짓 남은 야간열차를 기다리며 바르셀로나를 돌아본다.
안녕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 그라나다 호텔열차 이용기>

역시 기차표조차 예매하지 않았던 나는 저녁 아홉시에 출발하는 그라나다 행
호텔열차에 싱글호텔룸 밖에 남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다.
하루 더 바르셀로나에 머물까 하다가,
퇴근하자마다 비행기 -> 호스텔 -> 호스텔을 돌며 피곤도 했던지라
거금 221유로를 내고 싱글호텔룸을 예약한다.

처음 배정된 객실칸에 들어가면 고시원만한 크기에 의자(기차의자)가 두개,
 맞은 편으로는 어머나! 샤워시설도 완비된 화장실이 있다.
으잉? 침대는 오디?
친절한 승무원이 와서 알려주길.
저녁식사를 하러 레스토랑에 있는동안 승무원이 와서 의자를 접고 침대를 펴준단다.
오오! 그렇다면 저녁식사도 포함된단 얘기!!

기차는 출발하고 해가 지는 시간이라 밖이 어두운것이 아쉬웠지만
창문 밖으로는 바다가 펼쳐진다.
30분쯤 지나 레스토랑칸에 가니!
우오오 기차 스낵칸이 아닌 정말 레스토랑 이었다 ㅠ 감동.
메뉴는
전채요리 (가스파쵸, 샐러드 중 택일),
메인요리 (양, 돼지, 생선따위 중 택일),
디저트(과일, 푸딩 중 택일)
의 세 단계였고 빵과 와인은 무제한이었다.
아... 돈이 돈이구나를 느끼며 시간보다는 돈이 많은 (보다는!! 돈이 많단 소리 절대아님)
직장인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더랬다.

식사를 마치고 객실칸으로 돌아가자 이미 침대셋팅이 되어있었고,
침대셋팅마저 끝내니 이건정말 고시원이 따로없구나 ㅎ
그래도 무려 3박만에 타인의 기척없이 잠들수 있다는 것이 어찌나 행복한지.
처음에는 기차가 많이 흔들리기에 잠이나 자겠어?
싶었지만
오히려 달캉달캉 흔들려주는 기차덕에 더 푹 잘 수 있었다.

종착역에 도착하기 전 승무원이 일어나라고 방문을 똑똑 두드려주어 잠자다 못내릴 염려는 없다.
그치만 무슨일인지 눈이 일찍떠서 동틀무렵 창밖을 보고있으려니
이제야 새삼 아, 내가 여행을 왔구나. 드디어드디어.

사실 221유로치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ㅎ
매일매일 호스텔을 전전하는, 움직이는 것을 타고 창밖보기를 좋아하는, 어느정도 여윳돈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타볼만 하다 :)
(아... 조식도 포함이다!)

(객실내부 사진을 찍었으나_ 나의 로모는 사진을 먹어버렸구나. 녀석.
그래 그게 네 매력이겠지...ㅡ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