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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권리/2010.Spain

스페인 - Granada.첫번째 이야기

Granada, SPAIN

2010/07/13~07/14, 07/16~07/17
그라나다
안달루시아... 이름만 들어도 오렌지냄새가 폴폴나는 듯한 그곳. 그리고 그라나다. 해발 800미터에 위치하여 35도를 오르내리는 한 여름에도 상쾌한, 오랜기간 이슬람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그 곳. 아름다운 알함브라와 눈물나게 아름다운 알바이신. 집시들의 삶의 터전 이었던 그라나다로 떠나보자. 

럭셔리 싱글호텔 밤열차를 타고
그라나다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
지도라도 한 장 얻을까 했지만  이른 시간 이어서인지 역에 있는 인포메이션은 운영을 안하는 상태.

일단, 역 밖으로 나와 어슬렁어슬렁 큰길을 향해 걸었다.
7월의 스페인 남쪽지방이라 무시무시한 날씨를 예상했지만
의외로 아침의 그라나다는 쌀쌀할 정도였다.
(오후의 기온은 35도까지 올라가긴 했지만 격하게 걷지 않는 이상은 땀도 잘 안났다.
나중에 알고보니 고도가 높아서, 습도가 낮아서 청량했던 것!)
역 앞을 어슬렁하며 큰길 (AVDA. DE LA CONSTITUCION) 로 나오면 큰 도로 중앙에 보행로를 공원처럼 꾸며놓은 행복한 풍경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행복도 행복나름 ㅠ
숙소를 구하려면 PC방을 찾아야 하는데 길을 지나는 누구도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좌절 하던 중 강아지를 끌고 산책을 하는 그녀를 만나
다급하게 인터넷 인터넷을 외쳤다.
처음에는 노 잉글리쉬 하며 울상이던 그녀의 얼굴이 순간 빛나더니
장장 5분이 넘는 길을 걸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곳으로 나를 안내한다.
그녀에게 무한 감사를...
호스텔월드를 열심히 뒤져 알바이신에 위치한 White Nest를 예약. 
택시를 타고 출발했다. 

누에바 광장을 지나 개울옆 좁은 길을 들어가다 멈춘 곳.
화이트 네스트는 가히 이제껏 보아왔던 모든 호스텔중 최고 ><b


호스텔앞을 흐르는 개울도, 사랑스러운 알바이신도 멋졌지만
잘 꾸며놓은 우리나라 펜션을 보는듯 깨끗하고.
1층에 위치한 거실(?) 에는 독특한 의자와 쇼파들.
그 위에 무심한듯 걸쳐놓은 분홍 천들. 그리고 하늘이 보이는 천장에 난 창.
게다가 나의 여행에서는 이곳에서 좋은 사람들까지 만났으니 ^___________^

체크인까지 시간이 두시간 가략 남아 호스텔에서 받은 지도한장을 달랑들고 길을 나선다.


상쾌한 그라나다의 아침.
호스텔을 나와 사크로몬테로 가는 길쪽에 광장.
돌벤치에 드러누워 있으면 세상을 다 얻은듯 :)

높은 언덕으로 올라가서 그라나다를 보고자 알바이신의 언덕길을 오른다.


이렇게 고요한 골목길을 지나.


어잌후 길을 잘못 들었지만. ㅠ
알바이신의 언덕길을 한참 오른 큰길의 풍경.


이슬람문화의 여행을 받은 곳이라 그런지.
저 접시들은 터키의 바자르에서 봤던 것들이잖아!!
하게 만드는 접시들로 예쁘게 꾸며놓은
마음이 착해지는 집도 만나고.


드디어 찾은!!
저 멀리 보이는 알함브라(야경이 백배 멋진듯;)
더 멀리 보이는 눈 쌓인 ... 무슨 산이었더라 ㅡㅡa

그라나다를 굽어보며 땀을 식히려니
누군가 와서 말을 건다.
"너 나랑 같은 호스텔에 있지 않니?"
"화이트네스트?"
"응 호스텔 앞에서 너를 본것 같아"
"맞아!! 너도니? 난 Shin 이라고해 넌?"
"나는 타이지. i'm from brazil but 지금은 세비아에서 학교를 다녀"

혼자 여행속에 만나는 동행의 기쁨.
그런데 뭐? 이름이 타이즈? 아니.. 타이지. ㅎ
스물두살의 그녀는.
또래의 여자 아이들처럼
귀여운 남자에 열광했고(스페인어로 와뽀. 라고 한단다. 우리나라로 치면 훈남 정도)
자유분방 남미여인답게 헤시시를 번듯이 들고 만끽하며 길을 걸었으며
아빠가 걱정하신다며 브라질에 있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장장 10분의 수다를 떨어대는
귀여운 딸이기도 했다.
아무튼 스페인어에도 능숙한 그녀가 있어
혼자였다면 절대 말 한마디 못나눠봤을(대체로 영어가 안통한다ㅠ)
스페인 사람들을 만나고 여행의 시간이 풍요로워 졌던듯. 


그란비어 거리의 까떼드랄 Museo.


싱그러운 오렌지 나무.
안달루시아의 상징.

참, 안달루시아 라면...
세종문화회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노트르담 드 파리 라는 뮤지컬을 한 달 넘게 본 적이 있었다.
주인공인 에스메랄다가 파리에서 쓸쓸함을 느끼면서
나의 고향 안달루시아를 그리워 하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그 노래를 수십번 들으니 과연 안달루시아를 호기심에 넘쳐 그리워했었다.
그리고 드디어 만난 안달루시아는.
내가 상상했던 그 모습 그대로. :)


누에바 광장으로 들어가는 길의 표지판.
H가 쓰여져 있는 그림은 호텔이라는 의미인데
그 밑에 별의 갯수가 호텔의 등급을 의미한다.

그라나다를 여행막바지에 다시 오게 되었는데
그때는 호텔에서 묵고자 눈에 보이는 호텔들에 들어가 빈방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호텔표시의 별의 의미를 몰랐던 나는 아무곳이나 허름해 보이는 곳에 다짜고짜.
주의해야 할것은 이곳에서는 겉이 번듯해 보이는 호텔이 별 두개.
다 쓰러져 가는 허름해보이는 외관의 호텔이 별 네개 였다는 것이다.ㅠ
아무튼 가치의 기준이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가치의 기준과는
살짝살짝 달랐던 스페인이다.


세비아에서 온 타이지는 그라나다의 한낮의 날씨에 충격을 받은듯했다.
세비아의 두시는 너무 더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그라나다는 너무나 상쾌하다고.
응 내생각도 그래. 대한민국은 여름이면 물에서 헤엄치는 것처럼 축축한데.
브라질도 그래. 스페인은 그래도 견딜만 한것 같아.
라는 둥의 소리를 하며 호스텔로 들어가 달콤한 시에스타 ♥

한참을 자고 일어나서 타이지의 방문을 두드렸지만
(타이지는 호스텔측의 전산실수로 싱글룸에 얻어걸린 상태였다 ㅎ 도미토리 가격에 싱글룸이라니ㅠ)
죽었는지 살았는지 무응답.
(다음날 얘기를 들으니 잠에 취해 기절했다가 일어나니 새벽이었더라는;)
나의 도미토리로 돌아와 배를 깔고 일기를 쓰는데 누가 방문을 열고 들어와 나를 발견하더니
"한국분이세요?"
한다. 

호스텔에서 한국사람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인데 ㅠ

이래저래 사람운이 좋았던 나는
마음이 맞는 그녀를 만나 
샹그리아 를 쪽쪽빨며 해가 진 사크로몬테를 산책하고
덜 익은 빠에야를 맛보고 Bar에서 숱한 남자들의 치근덕거림을 물리치고
여행을 나누었다.


사크로몬테의 골목길.
뭔가 있을것 같이 생겨 음침한 골목을 쭉 따라 올라가니
야외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고.
(사실 그 실체가 영화였는지 다큐멘터리 였는지 공연이었는지 지금도 알길은 없다;)


생쌀 같았던 빠에야를 먹으며 바라본 알함브라.
저 멀리 번쩍이는.......... 정도로 밖에 알함브라를 담아내지 못하는
아직은 서먹서먹한 나와 LCA ㅠ


내가 딱 그녀의 나이일 때 터키를 여행했었지.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정말 무엇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답도 찾지 못했었고
그래서 그 나이의 여행이 더 큰 의미가 되었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행복했던 그라나다의 밤.

걷다 지쳐 골목길에 앉아 있는 우리를
못된 집시를 보는듯 피해가던 사람들과 (흥! 아무리 우리의 옷차림이 그랬기로서니)
차가운 바람이 불던 새벽 세 시 알바이신.
 
 
잊지 못할 그라나다의 밤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