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여름 제주도여행-자전거일주 4일차 (부제:여자혼자 떠나는 자전거 여행)

아침부터 바람이 심상치 않다.

우도의 바람은 정말 이제껏 그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가만히 서있어도 콧구멍으로 막 들어와서 내 날숨으로 이겨내고 숨을 쉴 수 없는; 그런 바람이었는데, 그 바람이 밤새 비바람으로 바뀌더니 급기야 천둥번개를 동반한다. 계속 게스트하우스에서 뭐 친밀함이야 고사하고 사람들의 기척을 느끼면서 자다가 혼자 비바람소리를 들으며 자려니 아. 외롭고 무섭다ㅠ

오후 두시전까지는 제주시에 도착해야 했기에 배가 뜨지 않을까 마음이 조급해 진다. 도항선에 전화를 해봐도 너무 아침이라 받지도 않고, 어제 만났던 일행들은 "오늘 배 안뜬데요"하는 소식을 까똑까똑으로 전해온다. 악. 그래도 어쩌리. 일단은 나설 채비를 한다. 짐을 챙겨 나가서 자전거를 정비하여 자전거에 짐을 동여메고 있는데 로그하우스 주인아저씨가 나오신다. 아이고 부지런하네! 네 제주시까지 점심에 가야해서요...그런데 오늘 배가 뜰까요? 아니 그럼 배가 뜨지 왜안떠? 음....... 

나만 걱정했나보다ㅋ 섬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정도 바람, 이정도 비는 걱정거리도 안되는듯.

비를 맞으며 배에 올라 (아 그 전에 내가 어제 천진항으로 왔는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하우목동항 이었다 ㅋ 우도에는 항이 두개) 아무도 없는 3층으로 가서 비를 피하며 서있으려니 선장님(?) 이 창문으로 고개를 내미시고 이 아침부터 어딜 가느냐 혼자 여행하느냐 힘들지는 않느냐 물으신다. 그러더니 비오는데 따뜻하게 마시라며 믹스커피 한잔을 타서 주시는데. 아 진짜 눈물나게 달콤하다.

(달달한 마음:)

15분 정도 흘러 성산항에 도착을 해서 어제 만났던 일행들과 연락을 해보니 성산게스트하우스에 있다며 그리로 들렀다 가라고 한다.비오는 와중에 길을 잘못찾아 엄한 곳에 기다리니 막내가 데리러 나온다. 하루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고 또 같이 출발하게 되었다. 무섭게 내리던 비도 어느정도 잦아들고 각자 우중라이딩을 위한 준비를 해서 페달을 밟는다. 성산게하 게스트들의 우려 섞인 배웅을 받으며 ㅋ

(빗속에 서있는 나의 자전거 ㅎ)

비오는 제주는 너무 아름다웠다. 한여름의 열기 대신 선선한 습기가 대지에 깔린 제주도는 이제까지 자전거를 타며 본 그것과 다른 매력이 있었고 뭐 이것저것 다 빼고 안더우니 살만 하더라 ㅎ

(비오는 제주 바다. 힝 아름답다)

제주의 동쪽바다를 보며 달리는 길. 달리다 보니 어랏 어디서 많이 보던 사람. 인사를 하고보니 이틀전 멘붕의 펑크쓰리콤보때 옆을 지켜주던 고마운 여행자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서 인사를 하고 나와 일행들을 소개하는데 알고보니 일행 중 ㅈㅎ 이와 같은 부산 사람. 더 신기했던건 둘이 같은 학원에서 마주쳤던 사이였고 심지어 부산올라가는 비행기도 같았다 ㅋ 세상 참 좁고도 신기하다.

그러다가 또 길에서 만난 세명의 남녀까지 합세하여 일곱명이 자전거를 타는 길. 아 진짜 든든하다. 누군가와 함께 길을 간다는건 가끔 귀찮기도 하지만 이렇게 든든하고 즐거운 일이 가득한 일이다. 시장에 들러 천도복숭아도 한개씩 나누어 먹고! 워터파크에서 일하다 만나 한참 썸타고 있다는 21살 23살 그리고 예사포스가 아니게 자전거를 타시던 35살 24살 ㅈㅎ이와 22살 ㄷㄱ 이와 둘째날 만났던 25살. 함께 제주시까지 씽씽 달렸다.

(함께 가는 이길!! 제주도 자전거길!!)

제주시 들어가기 전 함덕서우봉해변 은 최고! 그 물빛. 비그쳐서 맑은 하늘. 사람도 별로 없고 최고최고!

(그림같은 함덕서우봉해변)

그리고 그 해변 이후로는 제주까지 좀 지옥같은 찻길과 오르막길이 ㅋㅋㅋㅋㅋ

막판 오르막을 지옥같이 오르며. 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생각하고 제주의 바다를 생각하고. 첫날에는 이런 경험 평생에 한 번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오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끝까지 완주한 그대들 그리고 나 우리 모두 승리:)